그때를 아십니까? 시리즈 4 (셋방살이2)
만1년 동안 부었던 10만원 짜리 적금을 타자마자,
40만원 짜리 전세방을 찾아 나섰다.
1.아이가 놀 마당이 있는집.
2.수도물 사정이 조금이라도 좋은 집.
돈이 적으니 더이상 욕심은 무리였지만
좀더 낳은 환경을 찾아 나선지 며칠만에 운좋게도
내겐 정말 과분한 집을 얻을수 있었다.
어마 어마한 저택의 문간방.
단, 조건은 집을 봐주는 조건이었다.
그날로 계약을 하고 난, 잠을 못잤다.
무려 수백평의 마당이 아닌,
공원같은 느낌의 뜰과 정원엔
살구나무,앵두나무와 온갖 정원수가 있고
펌프물이지만 24시간 물을 마음대로 쓸수 있고
바로옆엔 꽃사과 과수원이 있는 산 바로밑에 별장 같은 집.
그런집에서 왜 방을 빌려주는걸까?
이사가서야 안 사실이지만,
부부가 모두 사업을 하니 가정부가 있어도
사립국민학생 남매를 잘 돌봐줄 사람이 필요했던거다.
말로는 집을 봐줄사람을 찾았지만 여러가지 역활을 맡아줄 사람으로
우리집이 뽑힌 셈이다.
우리도 아이에게 형,누나가 생겼고,
마당가꾸는 재미에 봄, 여름, 내내 아이와 함께 마당에서 살았다.
곡괭이 갈쿠리, 삽 호미가 아이의 장난감이였고,
산을 찾아 나들이 나설 필요도 없어졌다.
형,누나는 사람이 늘-그리운 터라 우리 아이를 너무 예뻐하고
그림책에서 부터 가지고 있는 장난감 모두를 나누어 쓰는 행운을 만났다
이사간지 한달도 안되서,
완전히 주인집에선 우리식구를 한 식구처럼 대했고,
나의 역할은 점점 늘어갔다.
두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완전 보호자 역할에서 부터
가정교사, 정원사,까지,....
심지어는 일하는사람이 서툰점이 있으면
내게 살림 부탁도 서슴치 않았다.
그러나, 어떤일이 맡겨져도,
기쁘게 해낼수 있었던 건
내 아이가 이 넓은 마당에서 놀수 있는것 하나만이라도 너무 감사했다.
난, 그때 처음으로 값비싼 외제 식기들이며,
고급 가제 도구들에 대한 안목을 키우는 좋은 기회를 가졌다.
지금은 상상하기 힘든일이지만,
냉장고, TV, 전화있는 집도 드물었던 시대적 배경을 생각한다면
이해가 갈른지?
주말이면 우리식구와 주인집 식구 모두가 마당에서
손칼국수 파티가 열리고, 주인 아저씨는
"대궐같은 집을 사기전에는 절대로 이사못간다"고 엄포를 놓곤 했었다.
웃지 못할일은 항상 우리아이 간식을 따로 사들고 퇴근하는 주인 아줌마덕에
온갖 맛나는 아이 간식이 남아돌았고,
내얼굴에도 모처럼 뽀얗게 살이 붙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행운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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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중년 두렵지 않다' 
웃기는 쇼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