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보낸 서른 두번째 편지...
부모님께..
오늘은 제 서른번째 생일 입니다.
위선 저를 이자리에 있게 해 주신 두분께 감사합니다.
군에서 보내는 첫 생일날 하얀눈만 치우느라 하루가 갑니다.
저도 눈 참 좋아 했었지만 이제 하얀색 조차도 눈이 시려집니다..
이곳에서의 눈은 땅에 떨어지자 마자 안쓸면 얼어붙어 쌓이기 때문에
밤에 오는 눈은 온 장병들의 잠을 빼앗아 가곤 합니다.
그것도 하루걸러 내리는 눈이 정말 오늘은 야속합니다.
영하 22도의 캄캄한 한밤중에 펑펑 내리는 눈을 쓸고 있노라면 ....
제가 직접 경험하지 못했던 일에는 얼마나 무관심했던가?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그러나, 꼭 힘들지만은 않습니다.
입대하면서 저는 몇가지 목표를 세웠습니다.
세운 목표가 하나씩 이루어 지면 제대를 하게 될것이라 믿었지요.
1. 일주일에 한번씩은 부모님께 편지를 쓴다.
2. 기왕에 하는 고생이라면 체중 10KG 감량한다.
3. 의료봉사의 대상이 노인이 아니라 젊은 장병으로 대상이 바뀌었을 뿐이다.
(천명이상에게 한의학을 전하자.)
4. 독서 할수만 있다면 100권이상. 등등
편지는 서른두번째이고, 체중은 8kg감량이 이미 이루어 졌고,
의료봉사도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으니...
부모님께서도 저의 제대날만 기다기엔 너무도 긴 시간 입니다.
뚜렷한 목표를 세워서 하나 하나 이루는동안 제가 제대하게 될것입니다.
더불어 몸으로 겪는 극기와 인내와 기다림,
남자로서 힘을모아 쓰는 방법,
비상시 대처능력, 투철한 국가관과 전우애 까지...
배우고 익히는것 또한 값진 재산으로 얻어 제대 하겠습니다..
"군에서의 26개월은 저 혼자만 하는게 아니라 부모님과 함께 한다" 는 생각을 하면,
죄송하기 그지 없습니다.
더구나 이번 아버지 회갑때 참석하지 못하는 불효를 용서하십시요.
이제 10개월이 지났으니 두달후에 뵙겠습니다.
이곳은 눈과 빙판이 많으니 동절기 면회는 오실 생각 마시고,
어버지 좋아하시는 연산홍이 필 무렵 휴가 가서 뵙겠습니다.
건강하십시요. 아들 드림
~~ ~~ ~~ ~~ ~~ ~~
당신의 남편들도 이런 편지를 부모님께 드린적이 있었겠죠?
여성이 출산의 고통이 있다면 남성은 군대생활이라는 아픔이 있나 봅니다.
딸의 출산 고통을 지켜보듯이 아들의 힘든시기 또한 부모님과 함께 하는걸보면,
세상은 참 공평한가봐요.
사랑하는 남편들에게 문자메세지라도 날려 보시죠?
~~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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