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려 신은 우리에게 잎보다 꽃을 먼저 주었다. 삭망하게 겨울을 보낸
미물들의 마음에 희망과 사랑과 그리움을 한꺼번에 되찾을 수 있는
원색의 꽃을 보내 주었으리라.
개나리며 진달래꽃 그리고 하이얀 목련 또 듬성듬성 복사꽃이 피고 질무렵
신록으로 변해가는 들판에는 알려지지 않은 작은 들풀들의 세상이 되어버린다
그러나 우리는 이 풀꽃이 피고 지는걸 알지 못한다
단지 작고 앙증맞게 피어 자세히 관찰하질 않고는 쉽게 눈에 띄질 않은 까닭으로
이들이 우리곁에 잠시 살다가 우리곁을 떠나가고 있다는걸 알지 못할 뿐이다
현란하고 화려한 꽃들에 가려서 이들이 만들어 놓은 아름다운 세상을 발견하지 못함은
어쩌면 당연한 세상살이 인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도 매한가지 일 것이다
늘 자신을 과대포장하고 외적 치장에 더 신경쓰는 그릅이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의 역할이나 소임을 묵묵히 하면서도 내재된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드넓은 들판에 이름없는 풀잎같은 사람도 많다.
그러나 화려하게 치장하고 과대포장된 몇 사람들에게
좌지우지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요즘 말뿐인 정치인들을 보면 더더욱 허전한 마음까지 들게 된다
우리 사무실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같은 일을 하면서도 늘 상관들에게 보여주기를 좋아하는 사람들...
그러나 그들은 이름없이 묵묵하게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사람들이
조직을 이끌고 가는지는 안중에도 없다.
-개불알풀꽃-
나는 종종 들풀속에서 삶을 발견하곤 한다
도종환 시인님이 봄꽃을 이렇게 봐라 보았던걸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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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아름다운 걸 버릴 줄 알아
꽃은 다시 핀다
제 몸 가장 빛나는 꽃을
저를 키워준 들판에 거름으로 돌려 보낼 줄 알아
꽃은 봄이면 다시 살아난다
가장 소중한 걸 미련없이 버릴 줄 알아
나무는 다시 푸른 잎을 낸다
하늘 아래 가장 자랑스럽던 열매도
저를 있게 한 숲이 원하면 되돌려줄 줄 알아
나무는 봄이면 다시 생명을 얻는다
변치 않고 아름답게 있는 것은 없다
영원히 가진 것을 누릴 수는 없다
나무도 풀 한 포기도 사람도
그걸 바라는 건 욕심이다
바다까지 갔다가 제가 태어난 강으로 돌아와
제 목숨 다 던져 수천의 알을 낳고
조용히 물 밑으로 돌아가는 연어를 보라
물고기 한 마리도 영원히 살고자 할 때는
저를 버리고 가는 걸 보라
- 도종환의《다시 피는 꽃》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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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자리꽃-
봄이 무르익은 일요일 오후에
가까운 근교로 차를 몰았다.
이번 사진의 소재는 작은 들풀꽃을 찍고 싶었다.
햇볏이 따사로운 들판에는 늘 그렇듯 평온하게 아침해를 맞이하고 있었다.
자운영이 듬쑥하게 자라서 붉게 타오르는 논가운데로 들어가서
쪼그리고 앉아 작은 들풀들을 바라 보았다.
인생의 삶이나 이들의 삶이나 똑 같은 것을
냉이꽃들이 여기저기 산란스럽게 피어 있고
논둑따라 자연상태에서 자란 자운영이 정겹게 바라보고 있다.
붉어가는 봄빛속에 지칭개꽃과 쇠별꽃들이 수놓듯 피어 있고
자세히 바라보면 과히 꽃들의 잔치판이다.
봄은 이런 작은 꽃들을 접사에 넣어 확대해서
볼 수 있게 하는 기회도 제공해 주었다,
앙증맞게 작고 섬세한 이 작은들꽃들의 아름다움은
그 자리에서만 빛난다. 누가 봐주든지 관심을 주던지 말던지
작은 곤충들이 보금자리가 되주고 생명력의 근원이 되주는
기초단계 그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는 것이다
이 얼마나 고마운 인사감인가?
평안한 들판에 몇시간이지만 이 싱그러운 풀꽃과 대화는
내 마음을 평온하게 만든다. 간혹 바람이 불어와 그를 흔든다
시원스런 봄바람과 풀꽃의 대화가 가만가만 들판으로 쏟아지고
고요하던 들판이 다시 일렁이기 시작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