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를 아십니까? 시리즈 22 (한,약분쟁...)
입학 한후 부터는 물만난 고기 처럼 펄펄 살아 ..보기도 좋더니...
예과 2학년 한 학기 내내 수업을 못하고 있는지? 아무도 몰랐다..
93년, “한약분쟁”이 터진 것이다..
처음엔 뭐 때문에 수업거부를 하는지도 몰랐지만, 차차 문제는 심각했다.
오랜 세월 동안 한의학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부당한 정책에 대한
전체적인 불만이 약사가 한약을 조제할 수 있도록 시행령을 고치면서
터져 나온 봇물이었다. 전통학문을 지키겠다는 순수한 학생들의 반란이었다.
점점 수업거부기간이 길어지면서 전국 11개 대학 학부형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전국한의대 학부모 협의회”가 발족되었다.
초,중,고, 때도 학교에 잘 안 가던 내가 어쩌다 대학을 보낸 뒤에
학부모 대표를 맡다니? 기가막힌 일이지만, 꼭 해야 할일이 많았다.
학교로 돌아가게 하기 위해 학생대표와 교수를 번갈아 만났지만,
단호히 수업할 수 없는 이유가 분명했다.
국회로, 복지부로 민자당사로 교육부로, 정책입안자들께 호소했다.
수업을 거부할 수밖에 없는 처지를 설명하고, 협조요청도 했다.
삭발을 하고, 혈서를 쓰고 한의학을 제대로 지키겠다는 그들의 집념은,
길바닥 데모꾼으로 전락해 있었다. 한여름이 다-지나면서 보다 못한
엄마들이 속속 서울로 모여 들기 시작 하더니 수 백 명으로 늘어났다...
명동성당, 종로, 파고다공원, 국회 앞, 과천 종합청사...
낮엔 집회를 열고, 밤에는 구호피켓과 호소문을 만들고, 밤을 꼬박 세웠다.
관광객으로 가장한 "청와대 기습" 작전으로 종로경찰서 지하실로 잡혀갔다.,
경찰은 주모자 색출에 열을 올렸고, 엄마들은 모두가 자신이 주모자라고,
나섰다.
“미란다 법칙” -잡혀가면 조서 꾸미기 직전에 언제나 듣는 말이었다.
"묵비권을 행사 할 수 있고,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다"는 최소한의
권리를 부여 해놓고 주소 이름부터 적으며, 무섭게 대했다.
그러나 길거리 시민들과 일부 경찰, 공무원, 안보이게 우리를
도와주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닭장차로 불리는 호송차에 실리기를 수십번, 채류탄가스를 구호 외치는
내 입에다 바로 쏘아대기도 했다. 나중엔, 아무것도 겁나지 않았다.
원효대교 난간에 한강에 뛰어들 각오로 수십명의 엄마들이 메달렸다.
여의도 경찰서는 다리 난간에 미끄러운 기름칠을 하기 시작했다.
그때서야, 한의사와 약사의 밥그릇 싸움으로만 취급하던 많은 사람들의
인식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대한 뉴스에 까지 내 얼굴이 전국개봉관에서 동시 상영을 했으니....
아마, 남편의 일이라면 그렇게 나서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나 자신도,, 그동안 t서양의학에 비해 홀대 받아온
한의학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느끼기 시작했다.
약 광고의 위력에 침묵하던, 신문, 방송도 드디어 입을 열기 시작했다.
경실련을 비롯한 사회단체까지 개입하여 어설픈 봉합으로 끝이 났다.
기막힌 역부족이었다. 전국 한의대생 4,000명, 전원유급!
사상초유의 사태였다., 당당하게 감수 해야만 했다.
그러고도 모자라 95년, 또 한 차례 소용돌이를 더-겪으며,
결국 졸업하는데 7년이 걸렸다. 객지에서의 긴 세월은
아들의 마음과 몸을 몰라보게 키워 가고 있었다.
한의학의 위상은 우리나라 보다 외국에서 더-연구가 활발하며,
아들의 지도 교수는 하버드 의대에 가있다.
그리고 우리는 아들이 졸업하기 전에 이미 청담동을 떠나 이사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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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보낸 서른 두번째 편지... 
그때를 아십니까? 시리즈 18 (투병, 그리고 별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