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를 아십니까? 시리즈 16 (그집에서 6년을..)
천신만고 끝에 건진 집이라 각별한 애정이 갔다.
아이는 가까운 유치원에 입학했고,
남편은 미국, 유럽 각국 출장으로 집을 비우는 날이 많았다.
다녀올 때마다, 나도 덩달아 외국에 대한 호기심을 점점 키워갔다..
아이와 어머님 모시고, 여느 주부들처럼 평범하게 살았다..
집살 때 전세를 안고 산 것 말고는 은행 빚 약간 정도이니
부자는 아니더라도 연탄을 500장 단위로 들여놓을 수 있었고
자전거를 한대사서 먼 시장도 보고 이웃들의 발이 되어 주기도 하고
생전 처음 보는 “에어로빅은 정말 재미있고 신났다...
새벽엔 여전히 일어 tv 공부, 주 1회 꽂꽂이도 하고
아이와 함께 아주 먼 등산길에 오르기도 했다.
당시엔 반상회가 철저히 열릴 때이며, 매월 15일 오후 2시 민방위 훈련은 지독했다.
아무리 바빠도 움직이는 모든 물체는 서있어야 했다.
밤에는 모든 전등이 내려지고, 온 동네에 “불꺼요... 불꺼요 고함소리 요란한
야간 소등 훈련까지 있었고
길가다 침 뱉으면 벌금 5,000원, 술 먹고 행패 부리면 49일짜리 구류,...
살아가는 규칙이 무서울 정도로 엄하고 마음 놓고 얘기도 못할 만큼
삭막하던 때도 있었다..
유치원생 학부형으로 알게 된 좋은 친구들도 만났다.
바다네, 그림이네와 친구가 되었고, 마당에 탠트는 여전히 인기가 좋았다.
짜장면과 잡채를 좋아하시는 우리어머님
전에 살던 동네 친구분들을 모셔다가
짜장면 파티를 여는 날은 어머님 얼굴이 10년은 젊어보였다..
그리고 우리집에 함께 세들어 사는 다른 가족들이 있었다.
세살짜리 정우네 가족.....
정우 아빠는 고건축 설계자였고 비좁은 방에서 도면 작업하는게 안스러워
부엌 옆 작은 방을 선뜻 작업실로 내주기도 했다.
그 방에 불은 밤을 세우는 날이 많았다. 나중에 그는 유명한 건축가가 된다...
이듬해 정우네가 이사 간 후에도 200만원에 세든 가족은 계속 있었다.
국립의료원 간호원이었던 나와 동갑내기 신혼 부부,
건장한 체구의 육군 중위 내외,
주로 옆방 아저씨들과는 한밤중 지하실에 연탄불 갈러 갔다가
만나곤 했다. 그들은 한결같이 잠옷 바람이었다.
집터가 좋은지 세든 사람마다 첫아이로 아들을 낳고 집을 늘려 이사 갔다.
아들의 국민학교 입학.
한글 모르는 유일한 학생이라 엄마인 내가 학교로 불려가기도 했다.
입학할 때까지 한글, 숫자, 안 가르치는것 나의 교육 방침이었다.
잘 놀고 기본질서 잘 익히고 자연을 좋아하는 정직한 아이로 큰다면 OK
수업태도가 좋으니 한글은 그때부터 배워도 시간은 충분했다.
참 평화로운 일상들이었다. .모자라는 가운데 하나씩 이루어 가는 재미도 쏠쏠했다.
그러나, 그 평화는 혹독한 시련을 주기위한 잠깐의 휴식이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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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트 시각장애인 체임버 오케스트라 ‘행복한 콘서트’ 
아들이 보낸 서른 두번째 편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