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를 아십니까? 시리즈 6 (이사하던 날)
새벽 일찍 1.5톤 복사에 짐이 실린다.
이사짐이라고 해봐야 너무 조촐하다.
남편 총각 자치방에서 부터 쓰던 호마이카 거울달린 두쪽짜리 장.
(당시엔 경상도 풍속에선 신부가 장을 해오는게 아니였다.)
신랑이 집하고 옷장은 준비를 해놓고,
신부는 그속에 넣을 이불과 그릇과 미싱 정도,
그리고 시댁에 드릴예단은 끔찍히 신경 쓰던 때였으니.....(실속도없이)
그 옷장이 가장 큰짐일 뿐 나머지는 모두 책이였다.
주인댁에선 먼길 가면서 점심으로 먹으라고 김밥과 음료수 과일 한 보따리를
내게 건네주며 아줌마 아저씨의 눈엔 눈물이 가득 고여 고개를 숙이지못한 채 "잘가라" 하고 돌아선다.
주인집 아이들이 잠에서 깨기전에 출발하라는 부탁도 있었다.
가정부 순옥은 며칠전 부터 "아줌마 따라가면 안되냐?" 고
철없는 아이 떼쓰듯 하더니 마침내 그는 소리내어 엉-엉- 울어저친다.
뭐라고 달랠수도 없었다.
첫번째 셋방 살던 이웃들까지 짐싸는것 다-도와 주고 배웅까지 나와 있었다.
좁은 기사옆 좌석에 우리 세식구가 끼어 타고 나도 눈이 젖어 있어 아무말도
못했고 남편 마져 간신히 손만 들어 인사를 대신하고....
그 골목을 어떻게 빠져 나왔는지?
서울을 벗어나면서 그동안의 일들이 머리속을 스쳐지나간다.
그토록 날-긴장하게 했던 서울생활이 겨우 2년으로 끝난것이 아쉽기도하고
내 고향으로의 이동이 싫지는 않았다.
장장 8시간의 긴-이동이였다.
애기까지 함께 타고 가기엔 그 이사짐차가 너무 좁았다.
그러나, 보채지도 않고 잘자고, 잘먹고, 멀미도 없었다.
드디어 해질무렵, 도착한 00주식 회사 사택 00호.
넒은 마당에 초록지붕의 15평 남짓한 아담한 집.
방2. 재래식 아궁이의 부엌, 좁다란 마루가 있고, 화장실과 목욕탕.
목욕탕엔 밖에서 장작불 때는 아궁이가 있었다.
뒷뜰에는 조그만 연탄과 장작을 쌓아둘 창고가 있고,
마루앞엔 큰 대형 유리문이 달려있었다.
담도 없이 똑같은 집이 50채가 그림 같이 아름다운 언덕이였다.
대구에 친정이 있었으니 엄마가 와서 집청소 다해 놓고,
종일 목이 빠지라 기다리신 모양이였다.
엄마와 오랫만의 뜨거운 포옹이 있었다.
태어날때부터, 엄마 아버지가 공무원인 덕에
사택(그때는 "관사"라고 불렀다)에서 살았으니
사택에 대한 낯가림은 전혀 없었지만,
사택생활의 주의사항에 대해 내엄마의 재교육이 한시간 내내 있었다.
그동안 16년을 병환으로 누워계시던 시아버님을 잃고,
방이 없어 맏아들집으로 오시지 못했던 시어머님.
66세의 적지않은 연세에 오랜 병수발과 가난으로.
지칠 데로 지쳐있는 때였으니 ...
모든 굴레를 훌훌 벗어버리고,
고향을 떠나오셨다.
자연스럽게 시어머님을 모시게 되는 날도 그날 부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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