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십년 전의 일기장...
한창 팔팔하던 시간 한 가운데에 머물고 싶었던 시간이 있었지요. 벌써 십년도 넘은 이야기가 되고 말았군요. 세상이 무섭지도 않고 "세상아 덤벼라"하던 시간들.. 오늘 늦은 오후 신문 스크랩정리를 하던 도중 책장 사이에 꽂혀 있는 일기장에 눈길이 가더군요. 늘 무엇인가 적어두는 습관으로 시시콜콜한 부분까지 적어둔 그 묻혀졌던 시간들이 폴폴 제게로 그렇게 다가왔답니다. 혹시 가지고 계신 일기장이 있다면 한번 들추어 보세요. 많은 감흥이 있으실 겁니다. 내게도 그런 시간이 있었나! 하는 자조적인 생각도 들겠지만 새록새록 추억속으로 들어가는 매개체가 될것입니다. 학교때 처음 가 보았다는 디스코택에서부터, 처음으로 술을 마시고 아버지 앞에서 울음 울던 이야기 돌아가신 증조할머니 산소를 찾아가 아쉬움을 삼키며 위안을 받던 시간들... 소개팅으로 만난 남학생에 관한 이야기. 친구들과 우정을 둘러싼 소소한 다툼과 화해. ... 그렇게 많은 이야기를 여태 잊고 살았군요. 남편과 아이들을 핑게로. 내가 한 몫을 하는 사람이었다는 것도 십년전의 이야기가 되었군요. 지금은, 지금 위치에서 나름대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만 그 시간이 그리운건... 무엇때문일까요? 일기장 마지막 페이지에 적힌 시를 한편 적습니다. 영원히 사랑한다는 것은 - 도 종 환 - 영원히 사랑한다는 것은 조용히 사랑한다는 것입니다. 영원히 사랑한다는 것은 자연의 하나처럼 사랑한다는 것입니다 서둘러 고독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고 기다림으로 채워나간다는 것입니다. 비어 있어야 비로소 가득해지는 사랑 영원히 사랑한다는 것은 평온한 마음으로 아침을 맞는다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것은 몸 한쪽이 허물어지는 것과 같아 골짝을 빠지는 산 울음소리로 평생을 떠돌고도 싶습니다 그러나 사랑을 흙에 묻고 돌아보는 이 땅위에 그림자 하나 남지 않고 말았을때 바람 한 줄기로 깨닫는 것이 있습니다 이 세상 사는 동안 모두 크고 작은 사랑의 아픔으로 절망하고 뉘우치고 원망하고 돌아서지만 사랑은 다시 믿음 다시 참음 다시 기다림 다시 비워두는 마음으로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랑으로 찢긴 가슴은 사랑이 아니고는 아물지 않지만 사랑으로 잃은 것들은 사랑이 아니고는 찾아지지 않지만 사랑으로 떠나간 것들은 사랑이 아니고는 다시 돌아오지 않지만 비우지 않고 어떻게 우리가 큰사랑의 그 속에 들 수 있습니까 한개의 희고 깨끗한 그릇으로 비어 있지 않고야 어떻게 거듭거듭 가득 채울 수 있습니까 영원히 사랑한다는 것은 평온한 마음으로 다시 기다린다는 것입니다. |
|
| 
|
 산책길에서... |
 봄을 심고 왔어요(주말농장)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