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의 사계
아침에 뉴스에서 전날 내린 눈때문에 길이 막힌다고 하여 서둘러 나왔더니....
8시도 안되어 사무실에 도착했네요.
출근길에 간만에 남산을 가로질러 왔습니다.
남산...
서울 사람들에게는 참 가깝고도 정겨운 곳인 것 같아요.
제가 중학교때 한참 콧바람 불기 시작할 무렵 시험때면 늘 새벽부터 남산도서관을
찾았지요.
공부는 사실 핑계고... 점심시간에 남산도서관 구내식당에서 파는 200원짜리 우동맛에
갔다고 할 수 있지요.
말이 우동이지 국수가락에 파 세조각, 뻘건 고추가루 휘휘...그리고 단무지 두조각...
그래도 그게 얼마나 맛나던지요.
고등학교때는 강남바람이 불어 국기원옆 국립도서관으로 옮겨 잠시 남산을 잊고 지내다
대학교땐 독문과에 다니던 친구 따라 독일문화원에 영화 보러 갔다가 남산에 들렸고,
본격적인 남산 순례는 촌뜨기 남편을 만난 후였던 것 같아요.
어렸을 때 타보지도 않았던 케이블카를 타고 남산의 정취를 흠뻑 만끽하기도 하고,
누구나 앨범 속에 한장 있음직한 남산분수대 앞에서 포즈 잡고 한장 찰칵도 하고,
아이를 낳은 후에는 작은 동물원도 가고 겨울엔 어느곳보다 따뜻한 식물원도 가고...
그런데 남산은 갈 때마다 참 느낌이 다릅니다.
전에 허브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전혀 변하지 않는 과학관과 그 밑 기다란 계단도 있지만
계절에 따라 확확 변하는게 남산인 듯 싶습니다.
봄에는 이쁘고 잔잔한 꽃들이 만발,
여름에는 우거진 초록찬란한 숲,
가을에는 미칠 것 같은 단풍.... 전 여름에서 가을로 접어들 무렵 후암동에서
남산순환로로 가는 그 길에 거의 환장을 합니다.
겨울엔 눈이 새하얗게 덮여 눈이 부실 정도로 화려한 자태....
또한 남산을 바라다 보는 위치에 따라서도 달라지기도 하죠.
삼각지에서 보는 모습,
명동쪽에서 보는 모습,
약수동 및 한남동쪽 길에서 보는 모습...
우리에겐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이 가까이 있는데 이 소중함을 잊고
시끄러운 지하몰에서 헤매일 적이 참 많답니다.
이번 토요일엔 아이와 함께 간만에 남산에 가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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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날들, 그래도 희망을 놓치지 않으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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