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을 다시 생각하며
지방성 피부인 남편은 비누세수를 잘 하지 않는다.
이유는 초등학교 시절 그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한 여선생님 때문.
아마도 건조한 피부를 가졌을 분이었을 그 선생님 때문에
두고두고 내가 팔 아프도록 와이셔츠 깃을 비벼대야 할 줄이야.
선생님은 비누가 피부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며,
자신은 맹물로 세수한다고 단호하게 얘기했다는데
그 순간 강한 동의로 고개를 끄덕였던 남편은 이후 선생님이 이룬 길을
고집스럽게 따라갔던 것이다.
따라서 남들보다 몇배 쉽게 오염되는 와이셔츠 깃을
나는 신혼초부터 손목이 아프도록 비벼대야 했는데...
정말 그 이유 때문에 부부싸움도 몇번 했다.
그날도 다른 곳은 멀쩡한데 깃부분만 해진 와이셔츠 두 개를 버리려고 꺼냈다.
그런데 문득 오래 전 어느 매장에서 들은 이야기가 생각이 났다.
깃과 소매 끝부분은 교환이 가능하다고 했었지.
해당 브랜드로 전화해보니 가지고 나오라고 했다.
10여일후 연락을 받고 나가니 칼라가 있는 것은 재고가 남아 있지 않아
교체할 수 없지만, 흰 와이셔츠는 새 것처럼 바뀌어 있었다.
물론 무료였다.
그 다음부터 나를 감동시킨 서비스가 시작되었다.
그 직원은 마저 하나도 교체해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정중히 사과한 후,
흰 와이셔츠를 마치 새 것처럼 종이판을 대고 정성스럽게 접어
쇼핑백에 담아 내미는 것이었다.
그리고 며칠 뒤 다시 전화가 왔다.
고쳐 입은 와이셔츠가 혹시 불편한 점은 없었느냐고.
첫 문의를 위해 전화를 걸었을 때부터 마지막 전화를 받기까지
한결같이 상냥하면서도 정중한 말투와 태도였다.
난 그냥 넘어갈 수 없어 그 백화점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어쩌면 백화점 직원으로서 당연히 해야할 기본적인 서비스였을지도 모르겠지만,
그 기본을 놓치는 데서 불평과 오해와 분란이 일어나는 것이 아닌가,
참 기쁘고 감사했다', 그런 내용이었다.
담당자는 전화를 걸어와 감사를 표했고,
4층 매니저는 4층 전 직원에게 사례로 발표해
'기본에 충실한 서비스'를 당부하겠다고 했다.
몇년 동안 작은 잡지사에서 기자일을, 또 방송국과 몇몇 기업에서
모니터 일을 한 경험이 있다.
그 때는 젊은 혈기가 앞서서였는지 꼬집고 따지기 좋아했는데,
요즘은 칭찬이,온기가 사람을 움직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잘못된 것은 지적해서 바로잡아야 하지만
그리고 그 지적을 통해 뼈아픈 반성으로 다시 곧추세우기도 하지만,
스치는 듯한 작은 칭찬 한마디에서 삶이 뒤바뀐 결과를 얻은
어떤 사람의 얘기를 들은 일도 있다.
서비스를 받는 입장이라도 고마울 때는 '고맙다'는 인사를,
잘한 일이 있으면 칭찬해주는 여유를 가져보면 어떨까.
서비스를 베푸는 사람도 사생활이 있으니
전날 연인과 헤어졌을 수도, 혹은 부부싸움을 했을 수도 있고
자신의 몸이 아프거나 가족중 누군가 슬픈 일을 겪고 있을 수도 있겠다.
때로는 그 일에서 벗어나고 싶기도 하겠지.
그러니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참자는 얘기가 아니라,
조금 여유있게 사람들 사이에 평화가 흐르도록 하자는 것.
감성의 키에 샾(#) 하나 얹자는 것.
- 우림 생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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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보름 보내다가. 
'매듭달'의 첫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