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좀꺼주세요
어제 pm: 7시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저녁준비로 한창 부산하고
아이는 컴퓨터에 몰두하고 있는 중............
전기가 나갔습니다. 아무런 예고없이.
열심히 거품을 행구던 세탁기도 턱, 하는 소리와 함께 숨을 다하고
저 혼자 떠들어대던 텔레비젼도 조용합니다
저쪽에서 게임저장을 못시킨 아이의 짧은 탄식이 들립니다
주섬주섬 라이타를 찾은후 장난감 같은 손전등을 찾고, 촛불을 찾았습니다
촛불은 학교 준비물로 언젠가 구입해 두었던 것 입니다
한전에 연락도 해보고 밖으로 나가도 보고 차단기도 열심히 들여다 보고
이 난제를 어찌해야 하나 우왕좌왕하는데 아이가 무서운지
줄줄 쫒아 다닙니다.
어디인지 누전이 된 모양입니다
대충 밥을 먹고 나니 아이는 당연하다는 듯 일기조차 쓰지않고 드러눕습니다
자기에는 이른 시간 손 전등을 들고 휙 둘러 보아도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집에서 놀라우리 만큼 할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세계를 www 으로 연결하여 정보를 얻을수 있다는 컴퓨터도
전원에 연결이 안되니 고철마냥 덩그라니 있는 것이
헛깨비의 실상을 보는듯 합니다
카셋트나 하다못해 워크맨도 아답터니 충전기니 해서 전기가 없으니
무용지물입니다
전기는 나라의 근간이니
요즘 아파트에서 전기가 나가는 일은 없겠습니다만,
전기에 맹신하지 않았나 하는 씁쓸한 생각이 듭니다
촛불만으로 한시간 두시간....
아무것도 못하겠더니 점점 주위의 사물이 인지됨과 동시에
따뜻하게 다가옵니다
늦은귀가로 대책이 없기는 마찬가지인 남편과 촛농을 떨구는 장난을 하며
오랜시간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이런 농도의 빛,색감 속에서는 결코 남의 물건을 훔친다던가
사람을 헤친다는 생각은 가질수 없을것 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밤은 밤이래야 아름답고 태양이 떠오르는 아침은 환할수록 아름다운것을
어찌하다보니 밤이 되어도 잠들지 않고 인위적으로 불을 밝혀 살다보니
밤이주는 어둠의 진실은 기억에 멀어진지 오래고
그져 어둠은 잠들기 5분전에야 있을뿐 이였습니다
전기가 나가는 순간 주위가 흑으로 변할 때 그것이 애초에 진실이였고
밝았던 것이 기실 가식이었던 것을.....
무섭다고 오랜만에 한방에 모여 잠자리에 들어 손에 손잡고
끝까지 중얼대다가 누가 먼저 잠으로 빠졌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전 우연 이었지만,
일부러라도 모든 전기불을 꺼보세요
무언가 새삼스레 다가오는 느낌을 갖게 될겁니다
*그나저나 냉장고가 야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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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병의 편지... 
소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