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잣말
직장으로, 학교로 떠나간 자리에
혼자 남아 아침밥을 먹는데
옆집 엄마 차 한잔 주세요란 말로 문열고 들어와
평촌 농수산물 시장에 가자고 조릅니다.
친정 어머니 감기로 누우셨는데 입맛 돌리시라고
박하지사다가 게장을 담그어 드려야 한다면서....
으이구. 제 마음 약한 부분을 파고 드니 덜렁 따라 나섭니다.
어느새 개나리는 활짝 피어 눈을 아른아른 어지럽게 하고
시장에는 입맛 찾아 나오신 분들이 이것 저것 흥정을 합니다.
아이들이 꽃게로 담근 게장을 좋아해서 물어보니
암꽃게는 1kg에 3만원입니다. (으악. 역시 여자가 비쌉니다)
수꽃게는 2만원에 저울 잘 준다고 붙듭니다.
살까 말까 망설이며 시장을 한바퀴 돌다가
저 아플때 같이 못먹고 고생한 식구들 얼굴을 떠올리며
3만원을 부들부들 떨며 건네니 달랑 4마리 줍니다.
집에 모시고 와서 이쪽 저쪽 깨끗이 때밀이 하며
가만히 있어봐. 얘, 저쪽애 다리는 놔야지. 그렇게 난동부리면 어떻게.
중얼 중얼거리며 통에 차곡차곡 담는데 뻣대는 녀석이 한마리 있습니다.
다리 좀 접어 볼래. 그렇게 다 펼치면 옆에 있는 애 불편하잖아....
현관문이 열려 있었나 봅니다.
둘째딸 들어오면서 이상한 눈으로 저를 봅니다.
후다닥 간장 붓고, 비율대고 물 붓고, 알딸딸하게 소주도 한잔 부었습니다.
생각해보니 혼잣말을 자주 합니다.
황사 지난후 베란다 청소하면서
근질거렸지. 여기도 닦아줄께. 시원하겠다.....등등
컴퓨터하다가 끄면서도
힘들지. 이제 쉬어....등등
세딸들이 엽기 엄마라고 하는데
무생물에게도, 생물에게도 자꾸 말을 하게 됩니다.
늙는 걸까요?
비오는 소리가 정겹습니다.
|
다행한 일 
앞선 이의 선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