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이의 선행
1층으로 이사와서 느끼는 여러가지 즐거움 중
단연 으뜸은 창밖으로 내다보이는 나무들의 모습이다.
이사 올 때만 해도 생명의 싹이라곤 보이지 않던 나무에서
보기에도 안쓰러울만큼 여리디여린 새싹을 삐죽이 들어내기 시작하더니
하루가 다르게 푸른 빛을 더하고 있다.
멋없는 가지치기로 인해
뭉툭하고 볼품없는 몸매로 서있던 목련의 가지에서도
손톱만한 봉오리가 나오기 시작하더니,
그 속에서 희디 흰 속살을 조금씩 드러내며
오가는 행인들의 눈길을 유혹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들 나무말고 또 하나 나를 감탄시키는 것이 있다.
바로 땅속에서 머리를 세우고 삐져 나오는 붓꽃, 목단, 칸나.... 등의 뿌리 식물들. 거기에 그런것들이 숨어있으리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기에
더욱 신기하고 어서 예쁜 꽃이 피기만을 바라게 된다.
날마다 손가락 한마디씩 정도 키가 커가는 그것들을 보면서
그것을 심고 가꾸었던 전에 살던 사람의 고운 마음씨를 떠올려보게 된다.
다른 집 앞에는 없는 아기자기한 꽃밭을 얻게 된 것은
순전히 그 분의 수고덕이므로....
그리고 앞선 이의 선행으로 뒤에 오는 사람이
뜻하지 않게 얼마나 행복하고 즐거운 생활을 할 수 있게 되나
하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된다.
그래서인지 주소변경이 되지 않아
아직도 우리집으로 오는 그 이의 우편물을 함부로 할 수가 없다.
행여 중요한 우편물이 없어져 낭패를 보는 일을 겪지 않을까싶어
모두 차곡차곡 모아두고 있다.
나와는 상관없는 사람이긴 하지만, 남편의 사업실패로
아파트를 팔고 작은 연립주택으로 이사갔다는 주변의 이야기에
마음이 아프고 앞으로라도 잘되길 바라는 마음이 가득하다.
그이가 나에게 남겨준 선행이 나의 마음까지 선하게 해주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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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잣말 
그때를... 시리즈를 마치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