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버스차장 언니...
즐겨듣는 라디오 프로의 한 코너에 '부치지 못한 편지'라는 것이 있습니다.
살아가면서 겪고 느낀 아련한 단상들을 전하는 코너인데요.
잊혀지지 않는 글이 있어 함께 하고자 합니다.
아마 한 40대 정도의 남성이 보낸 편지였습니다.
어릴 적 같은 학교에 다니는 여자애를 온 학교 친구들과 함께
줄곧 놀려먹었답니다.
이름도 촌스럽고 얼굴도 못생기고, 차림새도 후즐근했던 여자애.
철없는 아이들이 놀려먹기 딱 좋은 대상이었던 거지요.
국민학교(그땐 국민학교였지요)를 졸업하고 중학생이 된 후
그 애를 우연히 딱 한번 보았답니다.
하교길 버스안에서였는데 그애는 버스 정류장에 혼자 서있었다는 겁니다.
유난히 눈에 띄었답니다.
왜냐하면 혼자 교복을 입지 않았던 거지요.
친구들은 모두 중학교에 갔으나 진학을 못한 그앤 여전히
후즐근한 차림으로 혼자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답니다.
옆에 있던 친구가 남자에게 말하더래요.
가난해서 진학을 못한 저애는 버스 차장이 되었다구요.
그 남자는 그 날 이후 종종 그녀를 떠올리곤 했답니다.
국민학교만 겨우 졸업하고 직업전선에 뛰어들어
자신의 형제와 부모를 부양했을 그녀를 생각하며
이제라도 그 때의 철없던 행동에 용서를 구하고 싶다는 사연이었지요.
이 편지를 듣고는 왜 그렇게 코 끝이 찡하던지요.
제게도 생각나는 참으로 부끄러운 사연이 있었습니다.
제가 고등학교 다닐 때도 버스차장이 있었습니다.
늦은 자율학습을 마치고 버스로 집에 가던 저는
내릴 때가 되어 미리 문앞에 나와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기억하시는 분은 하시겠지만
그때는 내림을 알리는 벨은 버스 차장만이 누를 수 있었지요.
차장언니에게 버스표를 주고 내릴 준비를 하던 저는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차장 언니가 벨을 누르지 않아 버스가 그냥 통과한 것이었어요.
언니는 문 앞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었습니다.
때는 밤 11시 저는 너무 화가 나 버스표를 돌려달라고 하고는
온갖 인상을 다 써보이면서 다음 정류장에서 거칠게 내렸습니다.
옆에 있던 친구가 피곤해서 졸았던 모양인데 뭘 그러냐고 했죠.
저는 이것도 직업인데 왜 자기 직업에 철저하지 못하고
손님에게 피해를 주는 거냐구 했던 기억이 납니다.
.....
저는 왜 그렇게 철이 없었던 건지요.
라디오의 사연을 들으며 그때 저의 거친 항변에
그저 고개만 떨구고 있던, 가녀린 차장 언니의 모습이 자꾸만 생각나
부끄럽고 미안해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저두 이제라도 사과를 하고 싶습니다.
나이도 저보다 별로 많지 않았을 그분은
지금쯤 한 가정의 어머니로 역시 억척스럽게 살아가고 있겠지요.
차장 언니 저의 철없던 행동을 용서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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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친구 
어제 아침, 버스 안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