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에서 만난 남자
당초 계획과는 달리
1박으로 만족해야 하는 여름휴가를 다녀왔어요.
가평의 명지계곡을 굽이굽이 지나서, 더이상 갈 곳이 없어
보이는 데에서 비포장으로 2km 젇도를 덜컹거리며 찾아간 곳!
새들이 재잘거린다는 뜻의 방언인 조무락거린다에서 유래한 '조무락 골'
경기와 강원의 접경선인지라 험준한 산세가 범상치 않았지요.
좁은 흙길의 왼편엔
잣나무와 전나무같은 곧게 쭉쭉 뻗은 침엽수림으로 울창하고,
오른쪽 아래의 깊은 계곡에선
쉼없이 절구를 찧는 듯한 쿵쾅쿵쾅, 쿵.쿵.쿵.
물소리가 스테레오 사운드로 배경음악을 깔아(^^)주고 있었지요.
해발 1155m의 석룡산의 등산로 입구이기도 한 계곡 맨위에는
'조무락 산장'이 있고, 계곡엔 방갈로가 10 여개 정도 있었답니다.
올여름 뒤늦게 비가 많이 와서일까요?
넘실넘실 출렁거리는 계곡물의 수량에 한 번 놀라고, 비취색을
자랑하는 옥녀탕(?)의 청정함에 또 한 번 감탄하고 말았답니다.
( 아직까지 피서를 못떠나신 분이 계시다면 '강.추'합니다. )
여름바캉스의 절정이 지나서인지, 사람들도 거의 없더군요.
막 계곡 한귀퉁이에 자리를 잡고 점심을 먹으려는 순간, 저 쪽에서
한 남자가 빨리 와보라는 손짓을 하는 게 아니겠어요?
" 어이! 이리 와 봐요. 쏘주 한 잔 하게.... "
우리 일행의 남자들은 얼른 가서,
인사를 나누고 짧은 여정의 이웃이 되었지요.
인상 좋고, 인심 좋은 충청도 말씨의 아저씨는
장인,장모님을 모시고 가족과 휴가중이었답니다.
아들과 물고기도 잡고, 산책도 하고,
우리에게 계곡길 안내까지 맡아 주시더니,
급기야는 다음날 아침 제일 먼저 일어나서
얼큰한 해장국까지 손수 끓이는
자상한 남편과 사위의 모습을 보여 주더군요.
칠흑같이 캄캄한 산 속에서 마치 비가 퍼붓는 듯한 물소리에
가끔씩 무서운 생각도 들었지만,
아침 햇살에 눈이 부셔 일어나서 바라보는 파아란 하늘,
녹색의 산과 깨끗한 물은 또 다시 행복감과 즐거움으로 바뀌었지요.
그 맑은 물을 뒤로 하고 떠나야한다는 아쉬움에
한 번 더 발을 담가 봤답니다.
발목이 아플정도의 차가움이 오히려 다음을 기약하게 합니다.
아침나절에 새로운 여행팀이 입산을 했더군요.
어제 우리처럼 잔뜩 기대에 부풀어 어디에 자리를 잡을까 준비하는 가족에게,
인상 좋고 인심 좋은 충청도 말씨의 그 아저씨가 다시 한 번 외칩니다.
" 어이! 이리 와 봐요. 쏘주 한 잔 하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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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로운 풍경 
밤하늘 빛나는 별들이 문득 보고 싶을 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