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들어 중부지방에는 벌써 눈 소식이 들려오고,
스키장에는 발빠른 스키어들과 보더들이 설원을 누빈다는 소식이 있습니다.
사진을 취미로 하는 저도 눈 소식을 들으면 가슴이 뜁니다
곤돌라를 타고 올라가 덕유산 향적봉의 눈꽃 사진을 찍거나,
무주스키장 상급자 코스의 중간에서 활강하는 스키어들을 찍는 재미가 보통이 아닙니다만,
이번에는 작년 겨울 무등산의 설경을 찍었던 추억을 여러분들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매력적인 무등산의 설경
무등산에 대한 광주분들의 사랑이야 더할 나위 없지만, 사진을 취미로 하는 사람들에게도
무등산은 분명 매력적임에 틀림없습니다. 입석대와 서석대의 설경은 그만큼 매력적이지요.
산장 근처에 차를 놔두고 무거운 카메라 가방과 삼각대, 그리고 뜨거운 보온병까지 챙겨
눈길을 터벅터벅 걷다 보면 “왜 내가 이런 고생을 하면서 사진을 찍으러 다닐까?” 하는
넋두리가 저절로 나옵니다.
물론 설경에 대한 기대감이 없지는 않지만, 어깨를 짓누르는 무게감은 그만큼 사람을 힘들게 합니다.
한시간 반 이상을 터벅터벅 걸어 입석대가 보이는 대피소에 도착합니다.
많은 분들이 설경을 구경하기 위해 올라왔지만,
능선의 바람은 구경 온 사람들을 가만히 놔두지 않습니다.
바람막이가 될만한 곳이면 곳곳에서 커피를 마시거나,
컵라면으로 차가워진 속을 채우기에 바쁜 모양입니다.
함께 했던 사람들도 바람을 막을 수 있는 곳을 찾아 컵라면과 커피로 추위를 달랩니다.
대피소에서 보는 입석대의 풍경은 차가움 그 자체입니다만,
눈을 뒤집어 쓰고 있는 상록수와 절묘한 조화를 이루어 줍니다.
빼 놓을 수 없는 풍경… 입석대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레이더 기지의 풍경도 보입니다.
이렇게 어울리지 않는 두 풍경에 연민을 느낍니다.
그리고 오늘 찍으려고 했던 서석대 전경에 대한 기대감으로 다시 산길을 오릅니다.
임도와 연결되어 있는 곳에서 서석대 전경을 찍을 수 있는 작은 등산로로 들어갑니다.
관목사이에 눈이 쌓여 푹푹 빠지는 발걸음,
그리고 사람의 흔적이 거의 없는 눈길을 헤쳐 나가야 하는 고된 시간.
약 30분 정도를 길도 없는 곳을 해체 나가니
드디어 서석대 전경 포인트를 찍을 수 있는 자갈마당이 나타납니다.
아! 하는 탄성과 함께 지금까지 눈길을 헤처왔던 피곤함과 짜증이 한 순간에 사라집니다.
아름다운 서석대의 전경
그러나 아쉬운 점도 있었습니다.
온통 잿빛의 풍경에 하늘마저 잿빛이니 파란 하늘을 볼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제발 하늘 좀 열려라…하는 기원을 하며 하늘이 열리기를 기다렸습니다.
함께 가져 간 밀감과 초코렛을 다 먹을 무렵 좌측의 하늘이 조금 열리면서
구름이 서석대 쪽으로 이동합니다. 어떤 풍경을 보여줄지 신경을 곤두세웁니다.
잠깐의 파란 하늘은 뒤따른 구름 때문에 다시 잿빛으로 변하고…다시 기다림….
그렇게 한시간 여를 하늘과 싸우다 이제 지쳤습니다. 그리곤 다시 산길을 내려와 서석대로 향합니다.
서석대의 눈꽃을 찍을 요량입니다.
서석대로 향하는 도중에 만난 눈꽃
서석대의 측면 모습입니다.
이제 아쉬운 발걸음을 뒤로 하고 하산을 준비합니다
하산하는 준비하는 길에 어디선가 낮익은 목소리가 들립니다.
설마 하면서 뒤돌아 보니 함께 근무했던 후배가 동네친구들과 무등산 설경을 구경하기 위해 왔답니다.
그 많은 사람들 속에서 여수에서 올라 온 후배를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사람을 압도하는 서석대 풍경, 그저 감탄만 할 따름입니다.
모든 피곤을 뒤로하고. 이제 끝도 없이 또다시 하산길을 재촉합니다.
그렇게 광주 무등산의 설경 추억은 저에게 기억되고 있지요.
이번 겨울에 광주에 폭설 소식이 있다면 다시 무등산에 오를 예정입니다.
혹시 저와 함께 동행하실 분이 안 계십니까?
좋은 소식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행복한 겨울을 꿈꾸시기 바랍니다
나홀로지리산산행기1~2편(http://www.insightofgscaltex.com/?p=2535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