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행복지수 600원
제가 둘째 아기를 3월 중순에 낳았거든요.
그리고 어제는 모처럼 시내 은행볼일도 있고 또 다른 일도 있고 해서
어미님께 아기를 맡기고 허락된 7시간의 외출을 나갔습니다.
결혼전에는 토요일 오후가 되면 도서관에 가서 책 실컷 보고
여유롭게 도서관내의 공원벤치에 앉아서 하릴없이 앉아있기도 하고
나오는 제손에는 언제나 책 2권..
그리고 목욕탕을 가서 목욕을 하고 백화점 아이쇼핑을 하고
집으로 가는 게 제 토요일 오후의 일과였어요.
정말 좋아했던 시간이었는데 결혼하고 나니까 힘들어지데요.
어제는 모처럼 명동을 나갔습니다. 시내버스비 600원 들었죠.
편한 옷을 입고 5월의 뜨거운 햇살을 받으며 은행 볼일들을 보러 다니는데
왜 그렇게 여유롭고 행복하던지..
정말 행복이 마구 마구 몰려오는 그런 기분이었습니다.
예전에도 명동을 자주 나왔지만 명동이란 곳이 이렇게 좋은 곳이라는 것
새삼 느꼈습니다.
촌스러운 사람들과 세련된 사람들이 적당히 섞여있어서
강남 로데오 거리처럼 나같이 초라한 차림의 아줌마가 걸어가도 하나도 기죽지 않고..
때로는 뿅~~갈 정도로 싼 옷들이 내 구미를 당기고....
이젠 외국인들도 애용하는 거리가 된 명동..
거리를 거니는 젊음들.. 적당히 기분좋은 소음.. 도심 건물 담장에
잔디밭처럼 예쁜 초록을 뽐내는 담쟁이 덩쿨에 빛나는 햇살..
아~~ 지금 이순간만큼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이었습니다.
내가 행복을 느끼는데 든 비용은 차비 단돈 600원뿐이었습니다.
정말 행복은 가까운 곳에 있었는데..
결정적이었던 것은 아이들이 조금 더 자라면 데리고
여행도 많이 다녀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백화점 엘리베이터 옆 대기의자에 앉아있는데.
옆에서 어떤 분이
"학생이세요? 직장인이세요?" 라면서 말을 걸어오는데.
(피부 마사지 받아보라고..)
내 피부가 안 좋기는 하지만..
그래도 출산후 찐 살이 빠지지 않아서 신경이 많이 쓰였는데.
아줌마라고 불러주지 않아서(상술인지 모르겠지만)
결정적으로 참 기분이 좋았던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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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농장 이야기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다 / 클론, 강원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