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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일기
오늘 현충일. 어제 남편 회사 창립기념일인관계로 아이들을 데리고 삼촌댁으로 놀러갔다. 나.갑자기 머리속이 복잡해진다. 오늘은 나만의 시간인데.. 얼마나 원하던 혼자만의 알토란 같은 시간인데.. 날마다 시간에 쫓겨서, 언제나 영화나 몇편 실컷 보았으면, 책이나 쌓아놓고 며칠동안 뒹굴며 읽어보았으면, 하면서.. 혼자만의 시간을 꿈꾸고 때론 싱글인 친구들을 부러워까지 할정도로 바쁜 생활이었는데.. 어디를 가야되나? 도서관? 아님 분양받은 아파트 얼마나 올라갔나 구경가볼까? 그도 저도 아님 명동이나 나가서 쇼핑을? 아냐. 오랫만에 나와의 데이트를 즐기는 거야. 그동안 가고 싶었던 서울의 명소를 한번 가보고, 또 멋진 레스토랑에 식사를 하고, 나만을 위한 사치를 부려보는 거야.. 갑자기 아이들과 남편이 없는 시간이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한다. 그토록 꿈꾸던 자유를 얻었는데도, 지금은 오전 11시 30분 이제 슬슬 나갈 채비를 해야겠다. 한창 역학이나 손금 이런 것에 빠져 있을때. 태어나서 처음 26살에 철학관이란 곳을 가보았다. 사주에 역맛살에 3개나 있다고, 2만원을 주었는데.. 돈이 아까왔다. 후회막심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압구정의 사주까페에 친구와 한번 가보았는데, 오히려 그곳이 훨씬 좋았다. 내 사주에 역맛살에 3개나 있다고, 그래서 그런지,, 잠시라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성격이었다. 예전부터 휴일에도 갈곳 없으면 도서관이라도 가야하고, 그래서 그런지 이사도 유난히 많이 다녔다. 방랑자의 기질이 있어서 그런지 집보다는 밖이 더 편했다. 집에서는 축 쳐져있다가도, 밖으로 나가면 기운이 나고,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고.. 역맛살 3개가 사실인가 보다. 이 넘치는 혼자만의 시간을 어떻게 할까. 지금은 마음 촉촉히 울리는 음악을 들으면서 모처럼 개인이야기를 늘어놓고 있지만,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만약 로또에 당첨이 된다면.. 이런 심정 아닐까, 별로 행복하지 않을것 같다. 내가 살아야 할 의미를 갑자기 잃은 듯한 느낌.. 내가 삶에서 노력해야 할 부분을 빼앗긴 듯한 느낌.. 살아가면서 웃음짓게 만드는 순간은, 가끔씩 열심히 살아온 나를 돌아보면서 그래 참 잘했어, 나름대로 기특하게 열심히 살았어.. 하면서 스스로가 스스로를 칭찬해줄때.. "나"의 존재의 의미가 뿌듯해지는데, 로또가 당첨된다면, 갑자기 사는 것이 허무해질것만 같다. 아~~ 오늘 나의 시간은 어떤 색깔으로 메워질지 기대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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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툴음'의 미학 |
 누구나 늙는다... |
